월남에서 돌아(?) 온...

내 삶의 폴라로이드 2008/10/15 13:09

김추자온냐의 불후의 명곡 "김상사" 를 듣다보니 문득 떠 오른 생각 하나.

제가 어렸을 때,그러니끼니 1970년대 초중반이지요...
망태아저씨가 있었고,동네마다 정신줄 놓은 분들이 한 분 정도는 있었습니다.

우리 동네엔 수재라고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불온한(-_-) 사상에 물든 뒤,어딘가로 끌려가서 맞고 온 후유증으로 정신줄을 놓은 오빠가 하나 있었지요.
그 양반은 주로 중얼중얼거리며 동네를 배회했습니다.동네 아이들은 그 뒤를 흉내내며 쫒아다녔구요 -_-
사람이 불러도 대답도 안 하고,쳐다보지도 않고... 아마도 맨정신으로 살아가기는 힘들었겠지요.

하지만, 그 오빠보다도 "월남치마" 만 훔쳐가던 특이했던 어떤 아줌마가 제 기억 속에 더 오래 남아 있습니다.
무슨 사연인지... 빨랫줄에 걸려 있는 월남치마만 보면 무조건 걷어가던 여자.
산발한 머리에 언제 씻었는지 알 수 없는 얼굴. 맨날 같은 옷...가족이 없는건지, 어느 동네서 왔는지 암튼 사흘걸러 나타나던 그 아줌마.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걍 "미친년"으로 부르던 그 사람이 생각나는군요.

제가 좋아하는 방송작가 노희경씨가 한 10여 년 전에 쓴 "내가 사는 이유"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노희경씨가 어렸을 때 살았다는 마포구 도화동(저도 그 동네는 좀 압니다)의 1970년대 풍경이 작가의 기억으로 재구성되어 있지요.
니나노... 를 날이면 날마다 부르는 술장사하던 엄마의 대를 이어 또한 물장사가 되었다는 윤여정온니.
그 업소의 걸~들... 그리고 그 주변의 인간군상들... 사실, 주인공이던 손창민과 이영애보다도 그들이 더 재밌었지요.
그 중 잊을 수 없는 캐릭터.나문희가 열연하던 "세상에서 인사 제일 잘하는 미친년(언니인 김영옥의 대사입니다 -_-)"과 같은 정신줄 놓은 여자였겠지요.  

놀랍게도... 얼마 전까지 우리동네 시장에 그런 여자가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그녀를 본 게 유모차를 끌고 다니던 시절이니... 벌써 햇수로도 7,8년 전이겠네요.
한여름이었는데도 겨울외투를 입고 머리는 산발에, 얼굴은 땟국물이 줄줄...딱, 그 월남치마였습니다.
성당자매님에게 들으니... 가끔씩 시장에 나타나서 두부도 얻어가고 무도 얻어가고 그렇게 동냥질을 한다는겁니다.
어디 시설에라도 들어갈 수 있게 도와줘야되지 않겠냐... 하니 벌써 여러사람이 그러려다가 실패했답니다.
한 곳에 못 있는다나요? 참... 정신줄 놓는 모양새도 가지가지더군요.

요즘은 딴 동네로 옮겼는지,아님 어디 시설에 들어갔는지...하여튼 안 보이더군요.
근데...도서관에서도 가끔 그런 양반들을 봅니다.
물론,예의 그 월남치마 정도로 중증(?)은 아니지만...한 눈에도 뭔가 정신줄을 놓은 듯한 양반들이 좀 있군요.
도서관 벤치에 앉아 몇시간이고 울라불라 혼자 영어단어를 중얼거리는 양반부터, 길을 가며 끊임없이 신문기사를 읊어대는 양반까지...
이거 원...맨정신에 살기 아무리 힘든 세상이지만 정신줄 놓은 양반들을 보는건 참, 괴롭군요.

월남에서 돌아 온 김상사,노래 한 곡 듣다가 너무 잡설이 길어졌습니다...


by 닐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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