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진 스트라이크 존, 누구에게 웃어줄까?

스뽀오츠 구락부 2008/10/23 13:45
올해 포스트시즌을 보면 누구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아니 저게 볼이야?' 하면서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죠. 조종규 심판위원장도 인정했듯이 스트라이크 존이 패넌트레이스 때에 비해 공 한 개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낮은 볼도 잘 안잡아 주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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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야구는 투수 놀음, 농구는 센터 놀음, 미식축구는 쿼터백 놀음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한 경기에서 다른 포지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포지션이 따로 있다는 뜻이고 야구에서는 투수라는 포지션이 바로 그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투수나 타자 모두 집중력이 극대화된 포스트 시즌에서는 특히 더 투수의 운용이 경기의 승패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정말 여러 분류법이 있겠지만 투수를 두 종류로 나눈다면 '던져잡는' 투수와 '맞혀잡는' 투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주로 선발진이나 마무리 투수 - 공이 빠르고 칠테면 쳐봐라 - 가 이런 투수에 속하고, 빠른 공과 슬라이더나 커브, 체인지업 중에서 한 두개 정도의 구질을 장착한 힘있는 선수가 이 부류에 속합니다. 랜디 존슨이나 패드로 마르티네즈, 우리나라에선 김광현이나 류현진 선수가 이런 부류에 속하죠. 다음으로 '맞혀잡는' 투수는 기본적으로 볼 컨트롤을 바탕으로 빠르지는 않지만 정확한 코너웍과 다양한 변화구로 승부하는 투수들입니다. 그랙 매덕스가 대표적인 인물로 채병룡, 김선우, 그리고 회장님이 이런 투수에 속합니다. 하일성 사무총장의 추억에 의하면 회장님의 전성기 시절, 일부러 바깥쪽 낮은 공을 몇 개 던져서 어디까지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나를 알아본 후, 자신만의 존을 설정하여 공을 던졌다고 하죠.

그렇다면 좁아진 스트라이크 존은 과연 어떤 선수들에게 웃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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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마이데일리, 뉴시스


플레이오프에서의 두산과 삼성의 경기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PO 1차전에서 선발로 맞붙은 김선우와 배영수. 두 선수 모두 전성기의 빠른 공을 잃어버리고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투수가 된 '과거의 에이스' 였습니다. 96마일을 찍던 김선우의 빠른 공도, 150km를 우습게 넘기던 배영수의 묵직한 직구도 이젠 추억이 되었죠. 하지만 두 투수는 각각 커터와 슬라이더를 신무기로 장착하며 부활을 선언했고, 나름 괜찮은 모습을 보였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1차전. 그 경기의 구심이었던 김풍기 심판은 오른쪽 타자의 무릎에서 빠져나가는 공을 너무 지독히도 안 잡아줬고, 결국 공이 가운데로 몰린 두 투수는 4회를 채 넘기지 못하고 강판당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2차전의 애니스와 랜들, 4차전의 김선우와 이상목의 대결에서도 보여졌습니다.

결국 두 팀(두산과 삼성) 사이에선 '공평하게' 진행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과연 '진짜 공평한' 존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못하다는 이유를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지면 타자들도 바보가 아닌 담에야 스윙 존을 좁혀서 타석에 들어섭니다. '난 포스트시즌 홈런왕이 될꺼야' 하면서 비슷한 공이면 '냅다 휘두르는' 그런 타자는 없기에, 스윙 또한 풀스윙 보다는 맞히는데 중점을 두는 짧게 끊어지는 타격을 하게 되죠. 플레이오프에서 나온 홈런 개수가 적은 것도, 그리고 홈런이라도 큰 홈런이 아닌 담장을 살짝 넘는 홈런들이 나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죠. 결국 타자들의 짧게 끊어치는 타격에 선발진은 무너지고 불팬은 3회를 넘기지 못하고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불펜진이 오래 가동되면 가동될수록 선감독이나 달감독의 얼굴에도 웃음이 사라지게 되죠. 그만큼 투수들의 피로도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선발진에 난 구멍을 불팬진으로 메꾸는 두 팀이기에 선발진의 피로누적보다 불팬진의 피로누적이 두 감독에게는 더 큰 근심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모두가 간과하고 있는 포지션, 바로 포수의 피로누적이 팀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다른 포지션보다 경기 후 피로도가 두 배 이상이라는 중노동의 포지션인 포수들의 피로누적도 좁아진 스트라이크 존의 영향이 큽니다. 왜냐하면 타격전이 될수록 경기 시간이 길어지니 앉아있는 시간이 길고, 평소보다 많은 공을 받아야 하며 패넌트레이스 때 보다 많은 주자들에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입니다. 선동열 감독이 국가대표 포수인 진갑용이 안좋아서 계속 기용을 하지 않는게 아니죠. 체력 부담이 크다보니 어쩔 수 없이 현재윤을 백업으로 쓰면서 포수를 운용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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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SK 와이번스


야구가 투수놀음이라면 투수는 포수놀음 입니다. SK의 철옹성 마운드가 철옹성 마운드로 자리잡기까지는 전성기 시절의 후루타를 연상시키는 박경완이라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포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SK의 감독인데 채병룡과 박경완 중 반드시 한 명을 다른 팀으로 보내야한다라면? 전 아무 미련없이 채병룡을 보내겠습니다. 채병룡 급의 선수를 키우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박경완 급의 선수를 키우는 건 그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자, 그럼 답은 나왔습니다.
두산과 삼성, 두 팀에게는 '공평한' 스트라이크 존입니다. 두 팀 모두 '던져잡는' 투수보다는 '맞혀잡는' 투수가 많은 팀이기에 그렇죠. 물론 심판들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좁아진 스트라이크 존 때문에 불팬진의 가동시간이 길어지고, 투수진의 피로누적은 계속되고, 더군다나 3-5-7의 경기수에서 5-7-7로 경기수가 늘어난 지금, 좁아진 스트라이크 존에 웃을 수 있는 유일한 감독은 바로 SK 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님이 되겠습니다. 더구나 포스트시즌은 10승 투수 세 명 보다 15승 투수 1명이 더 필요한 단기전이기에, 김광현이라는 '던져잡는' 16승 투수가 있는 SK로서는 한국시리즈 1, 4, 7경기에 김광현을 배치하면 올 시즌 한국시리즈는 김빠진 맥주같은 기분이 들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족을 달자면, 8위를 차지했던 LG 트윈스가 1위를 차지했던 SK 와이번스에게 이길 수 있는 몇 안되는 종목이 바로 야구입니다. 그만큼 의외의 변수가 많이 작용할 수 있는 종목이기에 그렇죠. 두산과 삼성, 어떤 팀이 올라가던 SK와 재밌는 경기를 보여주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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