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심
What the book? 2008/09/07 04:22서지 정보
검은 흉기, 검술은 살인술! 어떠한 입에 발린 말을 하더라도 그것이 진실!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사람을 벤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사람을 죽인다.그것이 검술의 진정한 가르침.

와츠키 노부히로의 '루로우니 켄신(るろうに劍心 )'은 국내에 유입되면서(처음엔 물론 해적판이었습니다) <바람의 검심>이란 다소 생뚱맞은 제목으로 번역되어 알려졌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바람의 검심>이 훨씬 귀에 익지만 그래도 주인공의 이름을 음역 그대로 '검심'이라 번역한 사람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뭐 암튼 <바람의 검심>에 대한 제목은 이쯤에서 관두고, 일단 이 작품은 국내에 소개된 일본 만화중에서도 <돌격! 남자훈련소>, <수병위인풍첩>과 더불어 왜색이 가장 짙은 작품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내용 자체가 막부말을 살아온 사무라이들의 이야기니... 주인공 히무라 켄신은 막부말 유신지사의 편에서 칼을 휘둘렀던 어둠의 자객입니다. 이후 '어떤 사건'으로 인해 역사의 빛 가운데로 나아와 유신지사를 전장의 최전방에서 엄호한 '유격검사'로서 변신하긴 하지만 그의 칼에 목숨을 잃은 자가 부지기수죠(본문의 내용 중에 '비의 비를 뿌린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아무리 시대를 위해서라고는 해도, 서로의 다른 이념때문에 목숨을 빼앗고 뺏기는 살육을 거듭한 사나이의 속죄담은 놀랍게도 국내 팬들에게 상당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바람의 검심>의 이야기는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는데 첫번째가 켄신이 카오루와 동료들을 만나게 되는 도입부, 두번째가 켄신의 후임 자객 시시오 마코토의 반란을 다룬 교토편, 그리고 세번째는 켄신과 토모에의 비극적 사랑이 낳은 사건인 인벌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도입부의 짤막한 에피소드들이 좀 지루하게 느껴질 수는 있으나 시시오 마코토와의 대결을 담은 '교토편'과 인벌편 중에서도 토모에와의 회상씬을 그린 '추억편'은 상당한 재미를 보장합니다. 특히나 '추억편'은 그 드라마틱한 작품성을 인정받아 후에 OVA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엄청난 성공을 거두기도 했죠.

이 만화는 그 어떤 만화보다도 풍부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중에는 <스파이더 맨>의 '베놈'이나 <에반게리온>의 '레이'같은 인물들도 포함되어 있어 그 작품에 대한 오마주가 상당수 실려있으며 그런 캐릭터들이 이 작품을 읽는 또다른 재미를 안겨줍니다.

특히 악역들에 대한 묘사는 멋진 비기와 싸움에 대한 열정으로 그들의 카리스마를 표현하면 그 크기는 주인공 히무라 켄신을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그중에서도 이야기의 가장 큰 줄기중 하나인 시시오는 온 몸에 붕대를 휘감고 있는 엽기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본 만화의 악당들중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켄신과 시시오 마코토의 싸움은 명예도 승리감도 아닌 '드러내지 않은 슬픈 아픔 - 哀而不悲'의 치유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숨막히게 전개되는 멋진 싸움 그 싸움의 에너지는 바로 "분노"입니다. 그 분노는 세상살이의 휘둘림에서 약한자로서 얻어진 분노이며, 이것은 그들이 싸우는 이유가 되고 곧 생의 의미가 됩니다. 처참한 절망에서 희망은 파괴였고, 그러기에 그들의 굴곡된 집착이 아름다워 보이는지도 모르겠네요.
'What the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세기 소년 (0) | 2008/10/07 |
|---|---|
| 재미있는 책 서문 이야기 : Computational Molecular Biology (0) | 2008/10/07 |
| 바람의 검심 (0) | 2008/09/07 |
| AKIRA (0) | 2008/09/07 |
| 주먹이 운다 (0) | 2008/09/07 |
| 나는 내 식대로 살아왔다 (0) | 2008/09/0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