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책 서문 이야기 : Computational Molecular Biology

What the book? 2008/10/07 21:43



서지 정보

의외로 교과서 중 서문이 재미있는 책이 꽤 있습니다. 그런 책 중에서 한 권을 꼽을만한 게 내용은 별로 재미없지만 Pavel A. Pevzner의 Computational Molecular Biology입니다(사실 내용도 이 주제의 책치고는 상당히 재미있는 편입니다).

참고로 Pavel A. Pevzner는 UCSD에서 알고리즘 관련 과목들을 강의하는 그 바닥에서는 누구나 '대가'로 인정하는 분입니다. 그런 분께서 모국에서 연구를 하실 때 먹고살기 힘들어서 모스크바역에서 빈병을 모으셨답니다. -_- 번역된 서문 중 가장 마지막 구절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서문

1985년에 나는 모스크바에서 직업을 찾고 있었고, 어려운 선택을 해야 했다. 하나는 유명한 전기공학연구소에서 조합수학 연구를 해달라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모스크바 교외에 있는 러시아 생명공학 센터 NIIGENETIKA에서 막 시작되는 계산 생물학 분야에 참여해달라는 것이었다. 후자의 월급은 전자의 반밖에 안되었고, 심지어 주마다 'zakaz'도 안주었다. (식료품 꾸러미인데, 가게의 진열대가 텅텅 빈 그 시절 모스크바에서는 직업을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서명을 하기 전까지 그 친구들이 아무 얘기도 안해줬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내가 전기공학연구소에 갔으면 무슨 일을 했었을지 알지 못한다. 반면, NIIGENETIKA의 안드레이 미로노프는 몇시간에 걸쳐서 계산 생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필요한 알고리즘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고, 나는 이리로 가기로 맘먹었다. 비록 너무 월급이 쪼달려서 모스크바역에서 빈병을 모아야 했지만 (페레스트로이카 이전의 모스크바에서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부업의 하나였다.) 나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계산 생물학은 나에게 새로운 분야였고, 주말마다 계산 생물학에 대한 논문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던 레닌 도서관으로 갔다. (생략) 1985년의 모스크바에는 복사기가 거의 없었기에, 나는 내 노트에 책들을 다 베껴썼다. 내 생각에 반년이 지난 다음에는 세상의 거의 모든 관련 논문을 읽어버린 것 같다. 사실 그건 별일이 아닌게, 대부분의 논문은 David SankoffMichael Waterman 같은 개척자들이 쓴거였고, 대 여섯개의 학술지만 뒤져보면 되었다. 그 후 7년간 나는 이 도서관에 한달에 한번씩 왔고, 이 영역에 관해 출판된 모든 것을 읽었다. 1992년에 나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걸 깨달았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모든 논문을 읽을 시간이 없게 되었다.

레닌 도서관에는 어떤 학술지들은 아예 없었기 때문에, 나는 외국 학자들에게 논문 좀 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대부분은 매우 친절하게 내 부탁을 들어줬다. 1989년에 나는 Michael Waterman으로부터 묵직한 논문 꾸러미를 받았는데, 그 중 하나가 내가 이미 푼 문제를 'open problem'으로 언급했다. 나는 증명에 별 신경을 안쓴 채로 내 논문을 Mike에게 보냈다. 나중에 Mike가 이야기해주길, 그 논문은 정말 끔찍한 'Russian English'로 써 있어서 도대체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자신의 논문을 읽고 거기까지 나간 사람이 있다는데 놀랐다고 했다. 얼마 후 Mike는 나를 USC로 초청했고, 1992년에 나는 첫 강의를 했다.

(중간 한참 생략)

어떻게 생물학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전산학을 통해서 모델링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므로, 일화를 하나 드는 것으로 대신하자.

20년전 대학을 졸업하고, 모스크바에서 '수학 컨설팅'이라는 광고를 냈다. 고객들은 주로 수학적 배경이 후달리는 다양한 전공의 박사과정 학생들이었고, 학위 논문을 쓰는데 도움을 얻고 싶어했다. (아니면, 최소한 수학적인 면에서라도) 내가 다루었던 주제는 참으로 다양했는데 "공항의 눈 치우는 시설 재고의 최적화" -_-; 라든가, "딜러들에게 자동차 배달해주는 과정의 스케줄링" 뭐 등등이었다. 무슨 주제였든지 간에 가장 어려웠던 일은 도대체 문제가 뭐인지를 파악하고, 그 문제를 모델링하는 일이었다. 답을 내는 것은 알려진 테크닉들을 거의 바로 적용하면 되었다.

떡대 좋은 40대의 점잖은 고객은 내가 아직도 기억한다. 딴 넘들과는 다르게, 그 양반은 연구 주제는 이야기하지 않고 미분 방정식만 던져주고 나보고 풀어달라고 했다. 맨 처음에는 기분좋았는데, 조금 보니 이 방정식은 도대체 말이 안되는거다. 이걸 풀 방법은 대체 원래 문제가 뭐였는지를 파악하고, 새로운 방정식을 만들어내는 것밖에는 없었다. 그 양반은 매우 망설였는데, 그렇다고 박사 학위를 받을 다른 방법은 없고 하니 그의 연구 주제에 대해 조금 이야기했다. 그 날 늦게쯤 나는 그 양반의 관심사는 어떤 물체를 흔들리는 표면에 내려놓는 것이라는 것까지 알아냈다. 그제서야 나는 왜 그 양반이 나에게 전화번호도 안알려줬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 양반은 비밀 연구를 수행하는 장교였던 것이었다! 흔들리는 표면은 항공모함이었고, 내려놓을 물체는 전투기였다. 20년도 지났고 하니 내가 이딴 소리를 한다고 그 양반의 출세길에 기스났다는 생각은 안해도 될 거 같다.

자연은 이 장교 양반보다 더 문제의 본질을 알려주지 않는다. 

(또 한참 생략)

나는 계산 생물학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려준 여러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생략)

Michael Waterman은 내가 모스크바에서 LA로 이사왔을 때의 인생에서나 학문에서나 아주 엄격한 선생이었다. 특히, 그는 나에게 "모든 논문은 출판할 때까지 적어도 열번은 봐야 한다"라는걸 참 참을성있게 가르쳤다. 그 규칙 때문에 이 책의 출판이 몇년은 늦었지만, 나는 이것을 내 학생들에게 거의 종교에 가깝게 가르쳤다.

(끝까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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