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오디오 고르는 법 [1]

가무 공작소 2009/04/28 13:49
이 글은 아주 주관적이며, 실제 상황과는 다를 수 있고, 저의 경험과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글을 정리한 겁니다. 또한 아직 오디오질을 시작하지 않은 수많은 어린양을 암흑의 세계로 인도하는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의 뽐뿌가 마눌님과의 잦은 부부싸움과 점점 얇아지는 지갑의 원인이 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입문자, 초보자를 위한 글입니다.

1. 본인이 어떤 음악을 듣는 지 생각해라.
아무리 비싼 오디오라고 할 지라도 이 세상에 모든 장르의 음악을 만족시켜주는 오디오 시스템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수 천 만원을 들여 맥킨토시 진공관 앰프에 텔레다인 AR 시리즈의 스피커를 연결하고 천 만원에 육박하는 CDP에서 메탈리카를 듣는다고 생각한다면... Armani Blue Label 수트에 깜장고무신 신은 것 같은 소리를 들려줄 겁니다. 앰프와 스피커의 성향을 파악하지 않고 남들이 좋다니까 고른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분명 저 시스템에서 '휘가로의 결혼'을 듣는다면 음악을 듣는 것 만으로도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그런 소리를 들려줍니다. Porsche 911 Turbo에 좋은 승차감이나 정숙성을 바라고 2억이 넘는 돈을 지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오디오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 일지라도 듣는 음악이 궁합이 맞지 않으면 아이팟과 별 차이없는 시스템이 됩니다.

2. 총알의 한계를 분명히 해라.
뭐 돈이 심하게 많아서 주체할 수가 없을 정도라면 마란츠 빈티지 시스템으로 하나, 맥킨토시 파워 시스템으로 하나, 그리고 골드문트 하이파이 시스템으로 하나에 뽀대 용으로 뱅 앤 올룹슨 시스템 하나, 이렇게 구축할 수도 있겠지만(대충 개포동이나 대치동에 있는 넓찍한 아파트 한 채 정도 값이면 되겠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처음에는 중고가 5만원짜리 인켈 AK 650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도 놀라게 되지만, 좀 더 좋은 소리를 찾게 되는 순간 그게 수렁의 시작입니다. 그 앰프를 팔고 더 좋은 앰프를 사게되고 다시 좀 더 듣다 더 좋은 앰프를 사고 하다보면 어느샌가 내 집에는 오디오룸이 생기게 되고 맥킨토시 파워앰프와 B&W 스피커가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에 쓴 돈을 따져보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차를 탈 수 있었다든지 심한 경우에는 전세를 탈출하여 변두리나마 내 집을 갖게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3. 적당히 만족해라.
2와 오버랩 되는 말이지만 오디오질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교훈입니다. 토익 400점 맞는 학생이 600점 맞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토익 940점 맞는 학생이 950점으로 점수를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디오도 마찬가지 입니다. 셀폰 살 때 번들로 들어오는 이어폰 소리를 듣다 아남 오디오 소리만 들어도 소리는 엄청난 차이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좀 더 좋은 소리만을 추구하다보면 어느새 폐인이 되어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무엇보다 음악 감상이 목적이 아니라 오디오 자체가 목적인 인생이 됩니다.

4. 어떤 시스템을 구성할 지 생각해라.
오디오 시스템에서 소리를 나게 하려면 리시버 앰프+스피커의 간단한 조합에서 파워, 프리, 포노, 리시버 앰프+턴테이블+이퀄라이저+멀티채널 프로세서+CDP+DVDP+CD 트랜스포트+튜너+DAC+뮤직 서버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조합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어떤 시스템을 구성할 지 미리 계획이 없으면 하나 둘 씩 기기들이 쌓이다 결국 오디오 룸은 창고가 됩니다.

자, 이제 실제 시장에서 고르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종종 혼동하는 말 중의 하나가 high-end와 hi-fi 입니다. 그리고 그 논란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이 진공관 앰프죠.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진공관 앰프는 분명히 high-end급 에서 쓰이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진공관 앰프가 hi-fi 기기는 아닙니다. 맘에드는 진공관 앰프와 요새 나온 예쁘장한 인티 앰프의 출력을 비교해 보시면 제 말 뜻을 이해하실 겁니다. 그렇다면 high-end 이지만 hi-fi는 아닌 시스템(적어도 제 기준에서)은 어떻게 구성할까요? 가장 좋은 예가 빈티지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겁니다.


빈티지 시스템이란 말그대로 오래된 기기들로 구성된 시스템으로 오디오 입문자가 구축하기에 만만한 시스템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할 것도 없습니다.

'아일랜드'라는 드라마에서 윤여정 아줌마가 '남자는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야' 라는 대사를 합니다. 70년대에의 향수와 그 시절의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빈티지 시스템은 비록 낡고 오래됐어도 아주 훌륭한 소리를 내주는 시스템입니다. 다만 오래된 세월만큼 물건을 고르는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초보자가 인터넷만 보고 입소문만 듣고 저지르는 아주 바보같은 실수 중의 하나가 택배로 구매하는 것입니다. 이건 상태 안좋은 판매자에게는 '나 잡아 잡수'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눈탱이 심하게 맞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죠. 오디오는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가서라도 반드시 청음을 한 후에 구입해야 합니다. 그리고 청음하러 갈 때에는 반드시 본인이 즐겨듣는 장르의 CD를 들고가시기 바랍니다. 판매자가 들려주는 소리 말고 내 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5. 파워 앰프 고르는 법
매장에서 구매할 경우에는 그 매장에서 가장 좋은 프리 앰프와 연결한 후, 음압이 높은 스피커(비싸건 싸건 상관 없습니다. 대략 93옴 스피커 일겁니다)에 물려서 음악을 틀지 말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아무 소리도 안나면 대단히 좋은 파워 앰프 이지만 그런 중고 기기는 없습니다. 나오는 소리로 구별할 때,
1) 샤~~~~ 하는 화이트 노이즈: 저항이 상태가 안좋을 때 내는 소리입니다. 그나마 수리비가 적게 나오는 상태이고, 너무 심하지 않으면 이런 소리만 난다면 구매해도 좋을 듯 합니다. 본인이 땜질에 자신있으면 부품사서 원래 있던 저항 떼어내고 새 부품을 땜질하면 됩니다만 이런 방법은 소시적 라디오 좀 뜯어보고 만들어 보셨던 분들에게나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2) 웅~~~~ 소리: 콘덴서가 안좋을 때 내는 소리입니다. 두어 걸음 떨어져서도 이런 소리가 들리면 아무리 맥킨토시 아니라 맥킨토시 할아버지라 할 지라도 구매하시면 안됩니다. 여차하면 중고 오디오 가격보다 수리비가 훨씬 많이 나옵니다(하이 엔드 용으로 나오는 내열 105도 짜리 전해 콘덴서는 아주, 상당히, 매우 비싼 부품입니다. 그리고 그런게 한 두 개가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또, 볼륨을 아주 작게 내린 상태에서(헤드폰으로 들으면 더욱 좋습니다) 볼륨이 일정한 지 확인해본 후, 3분 이상 들었을 때 볼륨이 일정치 않다란 느낌을 받으면 그 물건은 포기하시기 바랍니다. 트랜스와 콘덴서가 열화되거나 심하게 오래된 것으로 골동품처럼 보이는 전시품의 역할 밖에 하지 못합니다.


여기에 추가로 진공관 앰프일 경우에는 몇 가지 점검해야 할 사항이 더 있습니다.
1) 하드 와이어링 방식 Vs. PCB 방식
하드 와이어링 방식은 기판 없이 굵은 선에 부품들을 땜질한 것이고, PCB 방식은 우리가 흔히 아는 '전기 기판'에 땜질한 방식입니다. 대부분 하드 와이어링 방식은 수작업으로 제작을 해야하고 PCB 방식보다 열에 강해 PCB 방식보다 좋다는 평을 받습니다. 아시다시피 진공관 앰프는 한 겨울에 작은 난로의 역할도 해줍니다. 그 엄청난 열은 PCB을 열화시킬 수 있기에 하드 와이어링 방식을 선호합니다.
2) 3극관 Vs. 5극관
몇 년 전, 일본에서는 3극관파 대 5극관파의 치열한 전투 끝에 3극관이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둘 다 장단점이 있고 어울리는 소리가 있으니 내가 어떤 음색을 좋아하는 지 각각 다른 진공관 앰프로 청음해 보시기 바랍니다. 역시 모두 아시겠지만 진공관 앰프는 전원을 넣고 10분 쯤 후에 들어야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단, 집에 아이가 있거나 아이같은 어른이 있으면 진공관 앰프는 비추입니다. 혹시라도 음악을 듣고 있는데 아이가 진공관 앰프 쪽으로 간다면 신경쓰여 제대로 음악 감상을 못할 것이고 만약에 혹시라도 그 쪽으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평생 씻을 수 없는 마음의 병을 가지고 살아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집니다. 며칠 후에 프리 앰프, 인티 앰프, 스피커, CDP, 턴테이블 고르는 법, 그리고 인터넷 장터 이용하는 법에 대해 올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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