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클 두산의 힘은?
스뽀오츠 구락부 2009/05/02 23:45
오늘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대 롯데의 경기는 또 한 명의 신데렐라를 배출하는 스타 탄생의 장이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홍상삼 선수.
어제 11개의 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찾은 롯데 선수들을 상대로 5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의 놀라운 호투로 1군 데뷔 경기를 승리로 가져갔습니다. 단순히 기록만 보자면, '그냥 잘 한' 선수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일단, 홍상삼 선수는 오늘이 1군에서 공을 처음 던진 날입니다. 그것도 롯데를 상대로 부산 사직구장에서!!!
로이스터 감독이 한국에 온 이후, 가장 놀란 것이 부산의 응원문화라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롯데 팬들의 응원은 열광적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상대편 선수를 주눅들게 한다고도 할 수 있죠. 견제구 하나에도 '마!' 라고 외치는 롯데 팬들 앞에서 홍상삼 선수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첫 2회 동안 6명의 타자 중 4명을 삼진 처리하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습니다. 오승환 선수의 데뷔 시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무표정한 얼굴에 150km에 육박하는 묵직한 직구와 130km대의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압박하는 그의 모습은 오승환 선수의 데뷔 모습, 그것 이었습니다. 어떻게 저런 선수가 2군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오늘 그의 투구는 정재훈까지 선발로 돌려야했던 두산의 마운드에 숨통을 틔워주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올 시즌 시작할 때 많은 전문가들이 뚜렷한 선수보강은 없지만(오히려 홍성흔의 이탈로 공격력은 하락했다는 평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래도 두산은 4강 전력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지금의 야구 붐을 선도했던 작년 올림픽과 올 초의 WBC에서 9명이 하는 야구 중 붙박이 주전 3명(이종욱, 고영민, 김현수)을 보유하고 있는 두산은 분명 강팀으로 분류되는게 맞아 보입니다. 하지만 롯데를 3연패에 빠뜨린 오늘 선발 라인업 선수들을 면면히 살펴볼까요?
이종욱: 현대에서 방출된 후, 절친한 친구인 손시헌의 권유로 두산에서 테스트를 한 후 두산에 입단했습니다. 현대시절, 그저 그런 선수였지만(그 당시 현대의 라인업이 워낙 화려했던 탓도 있지요), 두산에 온 후, 명실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번 타자가 됐습니다.
임재철: 롯데에서 데뷔했지만 삼성, 한화를 거쳐 차명주와의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고영민: 2차 1순위로 입단하였지만 이는 사실 고영민의 1년 후배인 박경수를 영입하기 위한 사전포석이었습니다. 결국 박경수는 LG에 입단하였고 손시헌이 두산에 신고 선수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김현수: 다들 잘 아시다시피 신고선수 출신입니다.
민병헌: 2006년 고졸 선수로 입단하여 혹독한 2군 생활을 거친 후 1군에 올라왔습니다. 아직 붙박이 선발은 아닙니다.
최준석: 롯데 2차 6순위 지명선수로 최경환, 이승준의 상대로 김진수와 함께 2대2 트레이드되서 두산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오재원: 2군 출신 선수입니다.
유재웅: 고졸우선지명을 받는 선수였으나 대학진학. 졸업 후, 두산 유니폼을 입었으나 교통사고 이후, 오랜 시간동안 재활 끝에 다시 주전의 자리에 왔습니다.
손시헌: 대학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신고 선수로 두산에 입단했습니다. 김민호(현재 1루 주루 코치)의 은퇴 이후, 주전 자리를 꿰차고, 유격수 부문의 터줏대감인 박진만을 제치고 골든 글러브까지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최승환: LG에 입단했으나 이재영+김용의 트레이드의 상대 선수로 이성열과 함께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이원석: 홍성흔의 FA 보상 선수로 올해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김동주의 부상으로 어제, 오늘 경기의 선발 라인업에 들었지만 어제, 오늘 모두 결승 홈런을 치며 자신을 버린 친정팀에 제대로 자신의 가치를 어필했습니다.
이재우: 내야수로 OB 베어스의 지명을 받았으나 발목 부상으로 지명이 취소되고 경기 기록원으로 OB 베어스에 입단하였습니다. 이후 배팅볼 투수를 거쳐 선수 등록 후 중간계투요원으로 활동하였습니다.
고창성: 2008년 두산의 2차 2순위로 입단하였습니다.
임태훈: 2007년 두산의 1차 지명으로 입단하였습니다.
비록 김동주가 빠져서 정상적인 라인업은 아니지만 고영민, 고창성, 임태훈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트레이드나 신고 선수로 두산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고영민 역시 고영민이 잘해서라기 보다는 박경수 영입을 위한 사전 포석이었으니 제대로 된 엘리트 코스를 거쳐 온 선수는 고창성과 임태훈(그리고 오늘 결장한 김동주) 정도로 밖에 볼 수 없겠네요. 오히려 이종욱이나 손시헌, 이재우 선수는 드라마의 소재로 쓸 수 있을 만큼 파란만장한 야구 인생을 살아오다 지금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왜 두산 유니폼만 입으면 잘하나?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볼까요? 진필중, 박명환, 심정수, 정수근에 홍성흔까지... 심정수를 제외하고는 먹튀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이 선수들은 두산에서 훨훨 날다가 다른 유니폼을 입으며 야구를 그만두거나 못하고 있거나 못하거나 셋 중의 하나입니다. 왜 이럴까요?
일단 윤석환 투수코치의 말을 빌려보면 대강의 그림이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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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2년 연속 우승을 하면서 내세운 전략은 '벌떼 전략' 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것은 다른 팀 선수들은 몸이 아프면 코치에게 가서 아프다고 한 후, 경기에 빠질 것을 요구하지만 SK 선수들은 몸이 아프면 그걸 감추느라 애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왜? SK는 붙박이 주전이 없는 팀이고, 경기에 결장하면 그것으로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무한 경쟁체제는 선수 면면을 살펴봤을 때 그다지 특출나게 좋아보이지 않는 SK와 두산을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보게 되는 결과로 답을 합니다. 올 시즌 시작 전에 김경문 감독의 인터뷰 중 '손시헌 선수가 유격수는 자기의 붙박이 포지션이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수비만큼은 박진만을 넘을 수 있는 유일한 유격수'라는 평을 받는 손시헌마저 붙박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 두산의 컬러입니다. 그리고 이런 두산의 모습은 마치 '지옥의 외인구단' 같은 선수들을 가지고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게 하는 큰 힘임에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경쟁체제라고 할 지라도 그것만으로 잘 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코치, 특히 2군 코치의 역량이 발휘됩니다.
발야구로 대표되는 두산의 팀컬러를 만드는데 큰 공헌을 하고 있는 김민호 주루코치, '화수분'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을 두산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윤석환 투수코치, 장효조와 양준혁을 뛰어넘을 유일한 선수라는 김현수를 만든 김광림 타격코치는 모두 OB 또는 두산에서 전성기를 보냈거나 데뷔를 하고 은퇴를 한 소위말하는 프렌차이즈 스타 출신입니다. 2군 코치인 최훈재와 권명철 역시 비슷한 케이스죠. 또한 2군 코치들은 비교적 나이가 젊어 팀의 고참급 선수와는 같이 선수 생활을 했던 코치들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코치들보다는 마치 형 같은 젊은 코치들과 자연스레 이야기하며 자신의 기량을 닦아가고, 일정 수준이 되면 이름 값에 상관없이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두산의 2군 선수들은 고달픈 2군 생활을 견디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2군에 있지만 아직 나의 경기는 끝나지 않았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팀이 두산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2군, 신고선수라 할 지라도 수 백, 수 천 대 1의 경쟁을 뚫고 '프로'가 된 선수들입니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프로' 선수들의 잠재력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기량'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만 그런 선수들 사이에서 누구는 1년에 수 십 억을 챙기는 선수가 되고 누구는 신고선수가 되는 것은 누가 더 자신의 잠재력(포텐셜)을 잘 끌어내는가의 차이라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두산의 코칭 스텝이 선수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그 무엇인가가 돋보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그 무엇인가는 바로 선수들과 코칭 스텝의 '소통력'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했거나 마무리 지은 팀 후배들에게 좀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일 테니까요. 그리고 두산의 코칭 스텝은 감독 부터 두산의 전신인 OB 출신입니다(원년도 우승 당시 박철순 선수의 공을 받고 마운드로 뛰어올라가 박철순 선수를 끌어안은 선수가 지금의 두산 감독입니다). 선수들과 소통하는데 훨씬 편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두산이 골수팬들에게 욕을 얻어먹는 가장 큰 이유는 프렌차이즈 스타에 대한 홀대 때문입니다. 뭐 멀리 갈 것도 없이 올해만 봐도 '안쌤' 안경현 선수와 '홍포' 홍성흔 선수를 잡지 않았죠. 두산 팬들에게는 참으로 분통터지는 일일 겁니다. 제 기억에도 두산에서 제대로 프렌차이즈 스타를 대접해 준 경우는 박철순 선수의 은퇴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전 그 경기 가서 봤습니다. My Way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박철순 선수를 보니 두산 골수팬이 아닌 사람이 봐도 자연스레 눈물이 떨어지는 감동과 아쉬움의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이러지 않고서는 '미러클 두산'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누가뭐래도 김경문 감독의 업적 중 하나는 포지션 경쟁의 정착이고, 그것이 '미러클 두산'의 근본적인 힘이기 때문입니다.
두산의 경기를 보는 이유는 야구 이외에도 또 어떤 신인이 올해를 즐겁게 해줄까? 하는 기대 때문입니다. 작년에 김현수 선수가 그런 즐거움을 줬다면 올해에는 홍상삼 선수가 그런 즐거움을 줄 것 같은 예감에 기분이 좋은 밤입니다.
어제 11개의 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찾은 롯데 선수들을 상대로 5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의 놀라운 호투로 1군 데뷔 경기를 승리로 가져갔습니다. 단순히 기록만 보자면, '그냥 잘 한' 선수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일단, 홍상삼 선수는 오늘이 1군에서 공을 처음 던진 날입니다. 그것도 롯데를 상대로 부산 사직구장에서!!!
로이스터 감독이 한국에 온 이후, 가장 놀란 것이 부산의 응원문화라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롯데 팬들의 응원은 열광적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상대편 선수를 주눅들게 한다고도 할 수 있죠. 견제구 하나에도 '마!' 라고 외치는 롯데 팬들 앞에서 홍상삼 선수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첫 2회 동안 6명의 타자 중 4명을 삼진 처리하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습니다. 오승환 선수의 데뷔 시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무표정한 얼굴에 150km에 육박하는 묵직한 직구와 130km대의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압박하는 그의 모습은 오승환 선수의 데뷔 모습, 그것 이었습니다. 어떻게 저런 선수가 2군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오늘 그의 투구는 정재훈까지 선발로 돌려야했던 두산의 마운드에 숨통을 틔워주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올 시즌 시작할 때 많은 전문가들이 뚜렷한 선수보강은 없지만(오히려 홍성흔의 이탈로 공격력은 하락했다는 평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래도 두산은 4강 전력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지금의 야구 붐을 선도했던 작년 올림픽과 올 초의 WBC에서 9명이 하는 야구 중 붙박이 주전 3명(이종욱, 고영민, 김현수)을 보유하고 있는 두산은 분명 강팀으로 분류되는게 맞아 보입니다. 하지만 롯데를 3연패에 빠뜨린 오늘 선발 라인업 선수들을 면면히 살펴볼까요?
이종욱: 현대에서 방출된 후, 절친한 친구인 손시헌의 권유로 두산에서 테스트를 한 후 두산에 입단했습니다. 현대시절, 그저 그런 선수였지만(그 당시 현대의 라인업이 워낙 화려했던 탓도 있지요), 두산에 온 후, 명실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번 타자가 됐습니다.
임재철: 롯데에서 데뷔했지만 삼성, 한화를 거쳐 차명주와의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고영민: 2차 1순위로 입단하였지만 이는 사실 고영민의 1년 후배인 박경수를 영입하기 위한 사전포석이었습니다. 결국 박경수는 LG에 입단하였고 손시헌이 두산에 신고 선수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김현수: 다들 잘 아시다시피 신고선수 출신입니다.
민병헌: 2006년 고졸 선수로 입단하여 혹독한 2군 생활을 거친 후 1군에 올라왔습니다. 아직 붙박이 선발은 아닙니다.
최준석: 롯데 2차 6순위 지명선수로 최경환, 이승준의 상대로 김진수와 함께 2대2 트레이드되서 두산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오재원: 2군 출신 선수입니다.
유재웅: 고졸우선지명을 받는 선수였으나 대학진학. 졸업 후, 두산 유니폼을 입었으나 교통사고 이후, 오랜 시간동안 재활 끝에 다시 주전의 자리에 왔습니다.
손시헌: 대학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신고 선수로 두산에 입단했습니다. 김민호(현재 1루 주루 코치)의 은퇴 이후, 주전 자리를 꿰차고, 유격수 부문의 터줏대감인 박진만을 제치고 골든 글러브까지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최승환: LG에 입단했으나 이재영+김용의 트레이드의 상대 선수로 이성열과 함께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이원석: 홍성흔의 FA 보상 선수로 올해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김동주의 부상으로 어제, 오늘 경기의 선발 라인업에 들었지만 어제, 오늘 모두 결승 홈런을 치며 자신을 버린 친정팀에 제대로 자신의 가치를 어필했습니다.
이재우: 내야수로 OB 베어스의 지명을 받았으나 발목 부상으로 지명이 취소되고 경기 기록원으로 OB 베어스에 입단하였습니다. 이후 배팅볼 투수를 거쳐 선수 등록 후 중간계투요원으로 활동하였습니다.
고창성: 2008년 두산의 2차 2순위로 입단하였습니다.
임태훈: 2007년 두산의 1차 지명으로 입단하였습니다.
비록 김동주가 빠져서 정상적인 라인업은 아니지만 고영민, 고창성, 임태훈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트레이드나 신고 선수로 두산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고영민 역시 고영민이 잘해서라기 보다는 박경수 영입을 위한 사전 포석이었으니 제대로 된 엘리트 코스를 거쳐 온 선수는 고창성과 임태훈(그리고 오늘 결장한 김동주) 정도로 밖에 볼 수 없겠네요. 오히려 이종욱이나 손시헌, 이재우 선수는 드라마의 소재로 쓸 수 있을 만큼 파란만장한 야구 인생을 살아오다 지금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왜 두산 유니폼만 입으면 잘하나?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볼까요? 진필중, 박명환, 심정수, 정수근에 홍성흔까지... 심정수를 제외하고는 먹튀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이 선수들은 두산에서 훨훨 날다가 다른 유니폼을 입으며 야구를 그만두거나 못하고 있거나 못하거나 셋 중의 하나입니다. 왜 이럴까요?
일단 윤석환 투수코치의 말을 빌려보면 대강의 그림이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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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2년 연속 우승을 하면서 내세운 전략은 '벌떼 전략' 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것은 다른 팀 선수들은 몸이 아프면 코치에게 가서 아프다고 한 후, 경기에 빠질 것을 요구하지만 SK 선수들은 몸이 아프면 그걸 감추느라 애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왜? SK는 붙박이 주전이 없는 팀이고, 경기에 결장하면 그것으로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무한 경쟁체제는 선수 면면을 살펴봤을 때 그다지 특출나게 좋아보이지 않는 SK와 두산을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보게 되는 결과로 답을 합니다. 올 시즌 시작 전에 김경문 감독의 인터뷰 중 '손시헌 선수가 유격수는 자기의 붙박이 포지션이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수비만큼은 박진만을 넘을 수 있는 유일한 유격수'라는 평을 받는 손시헌마저 붙박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 두산의 컬러입니다. 그리고 이런 두산의 모습은 마치 '지옥의 외인구단' 같은 선수들을 가지고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게 하는 큰 힘임에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경쟁체제라고 할 지라도 그것만으로 잘 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코치, 특히 2군 코치의 역량이 발휘됩니다.
발야구로 대표되는 두산의 팀컬러를 만드는데 큰 공헌을 하고 있는 김민호 주루코치, '화수분'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을 두산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윤석환 투수코치, 장효조와 양준혁을 뛰어넘을 유일한 선수라는 김현수를 만든 김광림 타격코치는 모두 OB 또는 두산에서 전성기를 보냈거나 데뷔를 하고 은퇴를 한 소위말하는 프렌차이즈 스타 출신입니다. 2군 코치인 최훈재와 권명철 역시 비슷한 케이스죠. 또한 2군 코치들은 비교적 나이가 젊어 팀의 고참급 선수와는 같이 선수 생활을 했던 코치들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코치들보다는 마치 형 같은 젊은 코치들과 자연스레 이야기하며 자신의 기량을 닦아가고, 일정 수준이 되면 이름 값에 상관없이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두산의 2군 선수들은 고달픈 2군 생활을 견디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2군에 있지만 아직 나의 경기는 끝나지 않았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팀이 두산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2군, 신고선수라 할 지라도 수 백, 수 천 대 1의 경쟁을 뚫고 '프로'가 된 선수들입니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프로' 선수들의 잠재력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기량'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만 그런 선수들 사이에서 누구는 1년에 수 십 억을 챙기는 선수가 되고 누구는 신고선수가 되는 것은 누가 더 자신의 잠재력(포텐셜)을 잘 끌어내는가의 차이라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두산의 코칭 스텝이 선수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그 무엇인가가 돋보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그 무엇인가는 바로 선수들과 코칭 스텝의 '소통력'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했거나 마무리 지은 팀 후배들에게 좀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일 테니까요. 그리고 두산의 코칭 스텝은 감독 부터 두산의 전신인 OB 출신입니다(원년도 우승 당시 박철순 선수의 공을 받고 마운드로 뛰어올라가 박철순 선수를 끌어안은 선수가 지금의 두산 감독입니다). 선수들과 소통하는데 훨씬 편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두산이 골수팬들에게 욕을 얻어먹는 가장 큰 이유는 프렌차이즈 스타에 대한 홀대 때문입니다. 뭐 멀리 갈 것도 없이 올해만 봐도 '안쌤' 안경현 선수와 '홍포' 홍성흔 선수를 잡지 않았죠. 두산 팬들에게는 참으로 분통터지는 일일 겁니다. 제 기억에도 두산에서 제대로 프렌차이즈 스타를 대접해 준 경우는 박철순 선수의 은퇴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전 그 경기 가서 봤습니다. My Way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박철순 선수를 보니 두산 골수팬이 아닌 사람이 봐도 자연스레 눈물이 떨어지는 감동과 아쉬움의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이러지 않고서는 '미러클 두산'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누가뭐래도 김경문 감독의 업적 중 하나는 포지션 경쟁의 정착이고, 그것이 '미러클 두산'의 근본적인 힘이기 때문입니다.
두산의 경기를 보는 이유는 야구 이외에도 또 어떤 신인이 올해를 즐겁게 해줄까? 하는 기대 때문입니다. 작년에 김현수 선수가 그런 즐거움을 줬다면 올해에는 홍상삼 선수가 그런 즐거움을 줄 것 같은 예감에 기분이 좋은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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