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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16 표절, 그 치명적인 유혹 (5)
  2. 2010/03/08 외톨이야 Vs. 파랑새 악보 비교 (7)
  3. 2009/07/12 바꿈질 병에 걸리신 분들에게
  4. 2009/04/28 중고 오디오 고르는 법 [1]

표절, 그 치명적인 유혹

가무 공작소 2010/03/16 13:32
표절[plagiarism, 剽竊]: 다른 사람의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몰래 따다 쓰는 행위...

요즘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해 데뷔 2주만에 가요차트 정상을 차지한 그룹의 노래에 대한 표절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이런 표절 문제는 왜 발생할까요?

1. 왜 표절을 할까?
야구를 즐겨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투수들이 가지고 있는 변화구 중 가장 흔한 변화구가 무었일까요? 바로 슬라이더 입니다. 변화구 중에서 가장 구속이 빠른  구질이라 타자들이 보기엔 직구처럼 보이지만 홈 플레이트 주변에서 오른쪽 타자의 바깥쪽으로 휘어 나갑니다. 그 휘어나가는 모양이 미끄러지듯이 휘어 나간다하여 슬라이더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죠. 선동렬, 존 스몰츠, 이와세 등등 한 때 한국, 미국, 일본을 대표했던 투수들의 주무기가 바로 슬라이더 였습니다. 그런데 이 슬라이더의 별명은 '투수들의 마약' 입니다. 왜 그럴까요? 사회인 야구선수가 아닌 중, 고등학교에서 전문적으로 야구를 배우는 투수들 중에 슬라이더를 못 던지는 투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평범한 투수라고 할 지라도 3~4일만 배우면 누구나 던질 수 있을만큼 배우기가 쉽고 효과도 뛰어납니다. 하지만 슬라이더는 투수의 팔목에 가장 무리가 많이 가는 구종이기도 합니다. 하체로부터 시작해서 허리를 이용해 팔 끝을 감아채는 완벽한 밸런스를 갖춘 상태에서 이 구질을 배워야지 그렇지 않으면 대학 무렵에 팔꿈치 수술을 해야하는 구종이기도 합니다. 중, 고등학교 시절 날아다니다 프로와서 이름없이 사라지는 투수들은 이 슬라이더의 후유증으로 팔꿈치 수술을 하고 재활에 실패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Free Bird'라는 곡으로 아직도 많은 미국인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Lynyrd Skynyrd의 1973년 데뷔 앨범 <Lynyrd Skynyrd>에는 'Free Bird'외에도 'Simple Man'이란 불후의 명곡이 들어있습니다. 한국에서 락 발라드 최고의 그룹으로 칭송되는 독일 출신의 Scorpions의 최고 히트 앨범인 <Lovedrive>에는 'Holiday', 'Always Somewhere', 'Coast to Coast' 등등 그들의 라이브 공연 시작 곡과 앵콜 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자, 여기서 혹시 기회가 되신다면 'Simple Man'을 들은 다음 바로 'Always Somewhere'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Always Somewhere'의 작곡가는 루돌프 쉥커(g)와 클라우스 마이네(v)라고 되어 있습니다. 레너드 스키너드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유명한 스콜피온즈의 곡을 표절한 것이라 생각하시겠지만 <Lynyrd Skynyrd> 앨범은 1973년, <Lovedrive> 앨범은 1979년에 발표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일부 작곡가들은 왜 표절을 할까요?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첫 번째 이유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는 음악을 많이 접하게 되다 보니 노래를 듣다가 좋은 노래는 잠재의식 속에 남아있을 수도 있을테고 그러면서 작곡을 하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작곡한 노래에 그 잠재의식 속의 노래가 발현되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노래의 코드 진행이 비슷하게 됩니다. 유리상자의 공연을 보시면 '노래 이어부르기'가 나옵니다. 똑같은 통기타 코드에 이 노래를 한 소절 따다 부르다가 저 노래에서 한 소절 따서 부르고 하면서 관객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하죠. 어차피 코드는 정해져 있고, 코드의 진행도 어느 정도 형식화 되어있다 보니 이런 경우는 원곡의 작곡가와 표절곡의 작곡가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아닌 '의도적인 표절'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우리나라 가요에서 표절 의혹을 받는 곡들의 대부분이 이런 형태죠.

녹색지대 기억나시나요?

'사랑을 할꺼야'라는 데뷔곡으로 90년대 중반 서태지와 아이들의 열풍에도 꿋꿋하게 자기 자리를 지켰던 '녹색지대'라는 듀오가 있었습니다. 잘 나가던 그룹이 '한 방에 훅 가게' 된 계기는 표절 논란이었죠. '준비없는 이별'이란 곡의 진행이나 분위기가 X-Japan의 우리나라 최고 히트곡인 'Endless Rain'과 너무 흡사했습니다. 당시에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이었기에 우리나라에서 X-Japan의 앨범을 구하기가 쉽지는 않았던 시절이었지만, 회현 지하상가나 중국대사관 뒤 쪽에서 구하려면 구할 수 있는 앨범이었기에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노래였습니다. 결국 '표절이 아닌 곡'으로 판정이 나긴 했지만 그 이후 녹색지대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왜 녹색지대의 '준비없는 이별'은 결국 표절이 아닌 곡으로 판정이 났을까요? 당시의 표절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당시 심의기구의 표절기준 (1979.3.8. 가요·음반 전문심의회 결정)
1) 주요 동기(動機)가 동일하거나 유사할 경우에는 표절로 인정한다.
a. '주요동기'의 기준 ; 4/4, 4/2, 6/8, 5/4 박자의 경우 첫 2 소절
2/4, 2/2, 3/8, 3/4 박자의 경우 첫 4 소절
b. '유사'의 기준 ; 두 음의 음정은 다르더라도 박자 분할이 동일한 경우
2) 주요동기 이외에는 1 항의 소절수의 배수를 표절로 인정한다.
a. 4/4, 4/2, 6/8, 5/4 박자는 4 소절
b. 2/4, 2/2, 3/8, 3/4 박자는 8 소절
3) 음형(音型)은 동일하거나 유사하고 박자의 분할 배분만 변경된 것도 표절로 간주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4/4 박자의 곡을 쓰면서 3.5 소절(세 마디 반)이 같고 반 마디, 즉 2분 음표 한 개만 음이 틀려도 표절이 아닌 곡이 됩니다. 또한 이 곡의 작곡가는 한 때 가요대상을 차지했던 가수였고, 편곡가는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최고의 세션맨이죠. 그들이 가진 권력에 맞서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요계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2. 왜 유명한 노래를 표절할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유명한 노래와 유명하지 않은 노래 중에서 어떤 노래를 표절하는게 안 들킬 확률이 높을까는 답이 자명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절 작곡가들은 왜 유명한 노래를 표절할까요?
우리나라 속담 중에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잘 감이 안오신다면, 혹시 샤워를 하고 나서 거울을 보면 내 눈 앞에 너무 잘생긴 사람이 서 있지 않나요? 심리학에서 말하는 '단순접촉효과(Effect of simple contrast)'가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사람은 자주 보면, 그래서 익숙해지면 그 대상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는 심리가 있다고 합니다. '보면 볼 수록 정이 든다'가 이 상황에 어울리는 경우죠. 노래도 마찬가지 입니다. 자주 들으면 자주 들을수록 그 노래가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그 가수가 혹시 잘 생기거나 예쁘기라도 하면 상황 종료인거죠. 그렇기에 가수의 신곡이 나오면 매니저들은 예능 PD 들에게 자기 가수의 노래를 틀어달라고 로비를 하고 예능 프로가 박아넣으려고 그렇게 애를 쓰는 겁니다. 아무리 가창력이 떨어지더라도 예능 프로에서 자주 얼굴을 비추며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면 그 인상이 바로 노래로 연결되기 때문이죠. 일례로 야구하는 모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인 한 아이돌 그룹의 가수는 무대에서 가장 안 보이는 자리에 서 있다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하며 메인의 자리에 서게 되었고 덩달아 그 그룹의 인기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단순접촉효과죠.

바로 여기에 유명한 노래를 표절하는 이유가 나옵니다. 한 때 유명세를 치뤘던 노래들이 잠재의식 속에 들어있는 상태에서 그와 비슷한 노래를 듣게 된다면 예전의 노래가 생각나면서 처음 듣는 곡이라도 아주 친숙하게 들리게 됩니다. 다시 말해 전에 유명했던 노래가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 상황이 되는 거죠. 거기에 작곡가는 창작의 고통으로부터 많은 부분이 해방됩니다. 게다가 원작자는 자신의 노래를 표절했는 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요?

3. 표절을 없앨 수는 없을까?
요즘 가요차트는 대부분 1~2 주 안에 '쇼부'가 납니다. 그런데 노래가 표절곡임을 밝히려면 '소송'을 걸어야 합니다. 자, 여기에 답이 있습니다. 1~2 주 안에 끝나는 소송 보신 적 있습니까?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그 가수는 다음 앨범이 나옵니다. 더구나 저작권 침해 혐의로 소송을 걸면 소송 비용도 문제지만 노래가 표절인지 아닌지 감정을 받기 위해 '감정비'도 필요합니다. 그동안 원작자가 받을 스트레스와 금전적인 압박을 생각해보면 소송 걸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는 동안 기획사는 돈방석에 앉게 되고, 그 중에서 몇 푼 떼어주면서 '합의'를 보게 되는거죠. 그러면 원작자는 소송을 취하하게 되고, 그러면서 그 곡은 자연스럽게 '표절이 아닌 곡'이 되게 됩니다.

드라마 작가 중에 임성한이란 작가가 있습니다. '막장 드라마'라는 용어를 전 국민에게 알게 해준 그 작가는 지금은 '임성한 사단'이 있을 정도로 인기 작가입니다. 방송곡 PD들이 임성한 작가가 '막장 드라마 작가' 임을 모르고 계속 임성한 작가가 쓴 드라마를 TV에서 방영할까요? 이유는 하나 입니다. '막장이지만 시청률이 나오기 때문에, 그렇기에 광고가 붙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를 방송하는 것입니다.

G드래곤, 이효리 등등은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 가수들입니다. 몇 번의 표절 논란이 있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 가수들입니다. 표절 논란 따위는 그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면 표절 논란이 일게 된 곡으로 찍게 된 CF와 예능 출연료, 행사로 번 돈으로 원곡을 사버리면 되니까요. 표절 논란이 일어난 곡이 가요 차트에서 없어져도 이런 일이 계속될 수 있을까요? 여기서 '파랑새 1위 만들기 프로젝트'가 한 가지 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999년 공연윤리위원회가 법 개정을 통해 사전 음반 심의기구를 없애면서 우리나라에서 없어진 표절 문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다시 만드는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모두 사람이 하는 일. 작곡가의 양심을 믿는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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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야 Vs. 파랑새 악보 비교

가무 공작소 2010/03/08 19:19

얼마 전, 운전 중 라디오를 듣는데 귀에 착착 감기는 노래가 들려나왔습니다. '어? 노래 제목이 뭐지? 좋네. 근데 얘도 코메리칸이야? 발음이 왜이래?' 하며 노래를 들었습니다. 그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외토뤼야 외토뤼야'를 외쳐대던 젊은이들이 가요챠트 1위를 했다는 소식 역시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며칠 후, 그 '외토뤼야'가 표절곡이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원곡이라는 곡을 들어봤습니다. 작곡가가 머리가 좋은 사람이더군요. 1999년 공연윤리위원회가 법 개정을 통해 사전 음반 심의기구를 없애면서 우리나라에서 표절 문제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지고 친고죄가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원곡의 작곡가가 소송을 걸지 않는 한 표절을 해도 표절이 아니라는 거죠. 그러면서 소송을 걸면 나중에 돈 몇 푼 쥐어주는 식으로 끝났었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는 그 이전의 표절 양상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이전의 표절이 외국의 유명한 가수의 곡을 표절한 것이라면, 이 곡은 인디 밴드의 곡을 표절했다는 것이죠. 요 몇 년만 보더라도 FreeTEMPO의 'Sky High'부터 시작해서 한 곡으로 만족할 수 없던 그 가수는 Flo Rida의 'Right Round'까지 섭렵했으며, <청춘불패>(맞나? 청년불패인가? 하여튼)라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앤딩송 'All About You'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McFly의 'Five Colours in Her hair McFly'의 한국어 버전을 부른 가수도 있고, Britney Spears의 'Do Something' 등등 참 많은 한국어 버전 곡들이 가요챠트를 석권했었습니다.

자, 이런 가수들과 듣보잡 인디 밴드(사실 그 밴드는 표절 그룹의 리드 보컬이 초등학교 3학년 다닐 시절부터 있던 팀입니다.)의 곡을 표절한 것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그 차이는 바로 이겁니다. 유명가수들은 어마어마한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되어 있고, 그 회사들은 김앤장이나 태평양 부럽지 않은 법무팀을 가지고 있지만, 인디 밴드나 인디 가수들은 전혀 그런 힘이 없는 사람들이죠. 다시 말해 권력으로 찍어누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란 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표절논란이 발생하자 표절을 한 메이저 레이블 소속사는 인디밴드가 자신들을 노이즈 마케팅에 이용하여 인지도를 높인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건 아니잖아?' 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 결국 인디밴드의 작곡가는 오늘 '외톨이야'의 작곡가에게 5천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자, 이쯤에서 왜 '외톨이야'가 표절곡인지 얘기를 시작하죠.

Cool Edit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작곡가들의 믹싱작업부터 국과수 같은 기관에서의 성문분석(聲紋分析)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프로그램입니다.

Cool Edit 실행화면. CSI 같은 드라마 보시면 종종 등장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소리의 amplitude, frequency 분석이 가능하지만, amplitude 분석은 별 의미가 없고 frequency 분석은 의미가 있지만 너무 빨리 지나가서 판별이 힙듭니다. 그래서 그냥 악보를 그릴 생각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사무실에는 SONAR가 안깔려 있네요. 그냥 노트북에 있는 기타 프로를 이용했습니다. 먼저 '외톨이야'에서 문제가 된 부분입니다.

외톨이야 노래 부분



자, 다음은 '파랑새'의 후렴 부분입니다.

파랑새 후렴 부분



자, 이제 악보를 클릭해서 두 노래의 악보를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비교가 잘 안되시나요? 그렇다면 아래 그림을 보시죠. 두 부분을 함께 그렸습니다. 트랙 1이 '파랑새', 트랙 2가 '외톨이야' 입니다. 일반적으로 노래가 비슷하지 않은 경우에 두 노래를 같이 틀어놓으면 상당히 듣기 거슬리는 소리가 납니다. 그런데 아래 노래는 어떻게 들리시나요? 두 노래를 겹쳐서 연주한 음원입니다.

두 노래를 합치면?



자, 이래도 '난 표절을 인정할 수 없다' 하시는 분들을 위한 곡입니다. 만약 '외톨이야'가 표절이 아니라면 아래 노래 역시 절대 표절이 될 수 없습니다.

이래도 표절이 아니라고?



마지막으로 제 신곡인 '외톨이파랑새' 입니다.

그럼 내 신곡 '외톨이파랑새'다



손바닥으로 아무리 하늘을 가리려 해도 결코 하늘은 가려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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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꿈질 병에 걸리신 분들에게

가무 공작소 2009/07/12 17:39
얼마전 사무실에서 쓸 요량으로 장터에 구하는 물건이 있다고 올렸던 적이 있는데 제가 구하는 물건을 가진 분의 연락을 받았었습니다. 몇 번의 연락 끝에 그 분 댁까지 방문하게 되었죠. 그 분이 가지고 계신 물건은 입문자에겐 가격대비 성능비의 관점에서(과연 누가 맥킨토시 앰프를 입문자용 앰프라고 할 지는 모르겠지만) 최고의 매칭을 보여주는 그런 물건이었습니다. 그런데 물건을 자세히 살펴보니 외양은 멀쩡하지만 '속병이 든' 그런 물건이었죠.

맥킨토시 앰프를 사용하는 분 중에서는 단지 그 소리만을 원하서 맥킨토시 앰프를 쓰는 분은 얼마 되지 않을거라고 생각됩니다. 왜냐면 맥킨토시 앰프가 내 주는 소리를 다른 앰프에서 찾는다면 맥킨토시 앰프의 6~70%의 가격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앰프가 가지지 못한 그 무언가, 흔히 하는 말로 '뽀대'에서 '먹어주는' 면이 있기에 많은 분들이(특히 일본과 한국에서) 맥킨토시 앰프를 찾고 계시죠. 특히 레벨메터의 푸른 빛은 한 번 보면 도저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아우라가 있습니다. MC 40 모노 블럭이나 MC 240, MC 275 같은 스테레오 진공관 앰프의 붉그스레한 불빛 또한 말할 필요도 없죠. 제게 연락을 하신 분께서 가지고 계신 앰프는 전구가 몇 개 나가고 스피커는 어테뉴에이터의 상태가 좋지 않은, 더구나 유닛 끝에 본드 자국이 남아있는 그런 물건이었습니다(이럴 경우에는 유닛을 교체했을 가능성이 아주 많습니다). 쉽게 말해 겉보기엔 A급이지만 속을 보면 C급인 그런 물건이었죠.

상태 좋은 물건을 가지고 계시다는 말을 듣고 차를 타고 1시간을 넘게 달려 갔는데 그런 물건을 봤을 때의 기분은 거의 사기당한 기분이 듭니다. 언짢은 기분으로 그 물건들을 얼마주고 사셨냐고 물어보니 말도 안되는 가격을 주고 샀다고 하시더군요. 혹시나 해서 오디오 하신지 얼마나 되셨냐고 물어보니 그 물건이 자신의 입문기라고 합니다. 아! 그제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됐습니다. 쉽게말해 이 분은 '눈탱이를 심하게 맞은' 그런 분이셨습니다. 오디오쟁이의 용어로는 '수업료를 빡세게 낸' 경우가 되겠죠. 그러시면서 요즘 와싸다에 상주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뽐뿌질에 다른 소리를 들어보고 싶어서 내놨다고 하시더군요.

결국 한 시간을 넘게 달려간 곳에서 생전 처음 봰 그 분에게 그 오디오를 당분간은 팔지 말고 계속 들으시라고 했습니다. 왜냐면 그 분은 아직 '자기의 소리'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나쁜 마음 먹고 이건 상태가 이렇고 저건 상태가 이러니 이 가격에 사겠다. 어디가도 이 가격 이상은 못 받을꺼다라고 한다면 좋은 앰프와 스피커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었겠지만(다행히도 그 분이 소장하고 계신 기기의 상태는 수리가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소리를 들어보니 출력석이 바뀐 것도 아니었고 해서 저렴하게 구입해서 수리를 해도 시세보다는 조금 싸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왠지 이제 오디오에 입문한 분에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더군요. 그 몇 십 만원의 차액 때문에 양심을 팔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었고요.

결국 구입하러 가서 약간의 튜닝과 조언을 해드리고 빈 손으로 왔습니다. 얼마 전에도 그 분께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무슨 앰프가 장터에 나왔는데 혹시 그 앰프의 소리를 아냐는 문의였죠. 다행히도 제가 들어본 앰프라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 조언을 해드렸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앰프를 그 가격에 사는건 좀 아닌 것 같다, 더구나 지금 듣는 음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앰프다라고 말씀을 해드렸더니 고마워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다시 한 번 그 분께 정 바꾸고 싶으면 6개월 후에 바꾸라고 조언을 해 드렸습니다. 그 분에게 있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죠.

1. 자기 앰프의 소리를,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모른다.
제가 간단히 튜닝을 해드리면서 같은 노래를 들려드렸더니 자신의 앰프에서 이런 소리가 나는 줄 몰랐다고 하시더군요. 아직 자신의 앰프의 소리도 모르면서 다른 소리를 듣고싶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 입니다. 돈이 아주 많다면 몰라도 계속 그렇게 많은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음악을 들을 필요는 없죠. 더구나 앰프가 바뀌면 스피커도 바꾸게 되고 그러다보면 내가 원하는 장르가 아닌 앰프와 스피커가 원하는 장르의 음악을 듣게 됩니다. 재즈를 듣는 분이 하베스 스피커 얘기를 계속 꺼내면 대략 난감해지죠. 결국 하베스 스피커가 원하는 음악을 듣게 되다 못참고 다시 원래의 앰프를 찾게 되죠. 괜히 중복투자를 하게 되는 셈입니다.

2. 처음부터 너무 좋은 기기로 입문을 했다.
그 분이 가지고 계신 기기는 MA6200 앰프에 JBL L-112 스피커 였습니다. 150만원 이하의 앰프와 스피커 조합에서 재즈 음악을 듣기엔 넘사벽 최강의 조합이죠(하지만 클래식에는 정말 영 아닌 소리를 들려줍니다). 하지만 자신의 소리를 모르니 그 소리가 좋은 소리인 줄 모르고 호기심에 계속 앰프를 바꾸고자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 분이 6개월 후에도 - 그 동안 자신의 귀를 많이 훈련했다는 가정하에 - 그 앰프를 바꾸고 싶을 지는 의문이죠.

오디오쟁이들이 하는 말 중에 '바꿈질을 하지 않으면 오디오쟁이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느정도 훈련된 사람들 사이에서나 통하는 말입니다. 갓 입문한 초보자들에겐 가당치도 않은 말이죠. 그 분이 이 사실을 빨리 깨닫길 바라는 마음에, 또 오늘도 오디오 바꿈질의 열망에 와싸다에 상주하는 분들을 위해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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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오디오 고르는 법 [1]

가무 공작소 2009/04/28 13:49
이 글은 아주 주관적이며, 실제 상황과는 다를 수 있고, 저의 경험과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글을 정리한 겁니다. 또한 아직 오디오질을 시작하지 않은 수많은 어린양을 암흑의 세계로 인도하는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의 뽐뿌가 마눌님과의 잦은 부부싸움과 점점 얇아지는 지갑의 원인이 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입문자, 초보자를 위한 글입니다.

1. 본인이 어떤 음악을 듣는 지 생각해라.
아무리 비싼 오디오라고 할 지라도 이 세상에 모든 장르의 음악을 만족시켜주는 오디오 시스템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수 천 만원을 들여 맥킨토시 진공관 앰프에 텔레다인 AR 시리즈의 스피커를 연결하고 천 만원에 육박하는 CDP에서 메탈리카를 듣는다고 생각한다면... Armani Blue Label 수트에 깜장고무신 신은 것 같은 소리를 들려줄 겁니다. 앰프와 스피커의 성향을 파악하지 않고 남들이 좋다니까 고른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분명 저 시스템에서 '휘가로의 결혼'을 듣는다면 음악을 듣는 것 만으로도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그런 소리를 들려줍니다. Porsche 911 Turbo에 좋은 승차감이나 정숙성을 바라고 2억이 넘는 돈을 지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오디오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 일지라도 듣는 음악이 궁합이 맞지 않으면 아이팟과 별 차이없는 시스템이 됩니다.

2. 총알의 한계를 분명히 해라.
뭐 돈이 심하게 많아서 주체할 수가 없을 정도라면 마란츠 빈티지 시스템으로 하나, 맥킨토시 파워 시스템으로 하나, 그리고 골드문트 하이파이 시스템으로 하나에 뽀대 용으로 뱅 앤 올룹슨 시스템 하나, 이렇게 구축할 수도 있겠지만(대충 개포동이나 대치동에 있는 넓찍한 아파트 한 채 정도 값이면 되겠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처음에는 중고가 5만원짜리 인켈 AK 650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도 놀라게 되지만, 좀 더 좋은 소리를 찾게 되는 순간 그게 수렁의 시작입니다. 그 앰프를 팔고 더 좋은 앰프를 사게되고 다시 좀 더 듣다 더 좋은 앰프를 사고 하다보면 어느샌가 내 집에는 오디오룸이 생기게 되고 맥킨토시 파워앰프와 B&W 스피커가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에 쓴 돈을 따져보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차를 탈 수 있었다든지 심한 경우에는 전세를 탈출하여 변두리나마 내 집을 갖게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3. 적당히 만족해라.
2와 오버랩 되는 말이지만 오디오질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교훈입니다. 토익 400점 맞는 학생이 600점 맞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토익 940점 맞는 학생이 950점으로 점수를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디오도 마찬가지 입니다. 셀폰 살 때 번들로 들어오는 이어폰 소리를 듣다 아남 오디오 소리만 들어도 소리는 엄청난 차이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좀 더 좋은 소리만을 추구하다보면 어느새 폐인이 되어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무엇보다 음악 감상이 목적이 아니라 오디오 자체가 목적인 인생이 됩니다.

4. 어떤 시스템을 구성할 지 생각해라.
오디오 시스템에서 소리를 나게 하려면 리시버 앰프+스피커의 간단한 조합에서 파워, 프리, 포노, 리시버 앰프+턴테이블+이퀄라이저+멀티채널 프로세서+CDP+DVDP+CD 트랜스포트+튜너+DAC+뮤직 서버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조합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어떤 시스템을 구성할 지 미리 계획이 없으면 하나 둘 씩 기기들이 쌓이다 결국 오디오 룸은 창고가 됩니다.

자, 이제 실제 시장에서 고르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종종 혼동하는 말 중의 하나가 high-end와 hi-fi 입니다. 그리고 그 논란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이 진공관 앰프죠.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진공관 앰프는 분명히 high-end급 에서 쓰이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진공관 앰프가 hi-fi 기기는 아닙니다. 맘에드는 진공관 앰프와 요새 나온 예쁘장한 인티 앰프의 출력을 비교해 보시면 제 말 뜻을 이해하실 겁니다. 그렇다면 high-end 이지만 hi-fi는 아닌 시스템(적어도 제 기준에서)은 어떻게 구성할까요? 가장 좋은 예가 빈티지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겁니다.


빈티지 시스템이란 말그대로 오래된 기기들로 구성된 시스템으로 오디오 입문자가 구축하기에 만만한 시스템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할 것도 없습니다.

'아일랜드'라는 드라마에서 윤여정 아줌마가 '남자는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야' 라는 대사를 합니다. 70년대에의 향수와 그 시절의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빈티지 시스템은 비록 낡고 오래됐어도 아주 훌륭한 소리를 내주는 시스템입니다. 다만 오래된 세월만큼 물건을 고르는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초보자가 인터넷만 보고 입소문만 듣고 저지르는 아주 바보같은 실수 중의 하나가 택배로 구매하는 것입니다. 이건 상태 안좋은 판매자에게는 '나 잡아 잡수'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눈탱이 심하게 맞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죠. 오디오는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가서라도 반드시 청음을 한 후에 구입해야 합니다. 그리고 청음하러 갈 때에는 반드시 본인이 즐겨듣는 장르의 CD를 들고가시기 바랍니다. 판매자가 들려주는 소리 말고 내 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5. 파워 앰프 고르는 법
매장에서 구매할 경우에는 그 매장에서 가장 좋은 프리 앰프와 연결한 후, 음압이 높은 스피커(비싸건 싸건 상관 없습니다. 대략 93옴 스피커 일겁니다)에 물려서 음악을 틀지 말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아무 소리도 안나면 대단히 좋은 파워 앰프 이지만 그런 중고 기기는 없습니다. 나오는 소리로 구별할 때,
1) 샤~~~~ 하는 화이트 노이즈: 저항이 상태가 안좋을 때 내는 소리입니다. 그나마 수리비가 적게 나오는 상태이고, 너무 심하지 않으면 이런 소리만 난다면 구매해도 좋을 듯 합니다. 본인이 땜질에 자신있으면 부품사서 원래 있던 저항 떼어내고 새 부품을 땜질하면 됩니다만 이런 방법은 소시적 라디오 좀 뜯어보고 만들어 보셨던 분들에게나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2) 웅~~~~ 소리: 콘덴서가 안좋을 때 내는 소리입니다. 두어 걸음 떨어져서도 이런 소리가 들리면 아무리 맥킨토시 아니라 맥킨토시 할아버지라 할 지라도 구매하시면 안됩니다. 여차하면 중고 오디오 가격보다 수리비가 훨씬 많이 나옵니다(하이 엔드 용으로 나오는 내열 105도 짜리 전해 콘덴서는 아주, 상당히, 매우 비싼 부품입니다. 그리고 그런게 한 두 개가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또, 볼륨을 아주 작게 내린 상태에서(헤드폰으로 들으면 더욱 좋습니다) 볼륨이 일정한 지 확인해본 후, 3분 이상 들었을 때 볼륨이 일정치 않다란 느낌을 받으면 그 물건은 포기하시기 바랍니다. 트랜스와 콘덴서가 열화되거나 심하게 오래된 것으로 골동품처럼 보이는 전시품의 역할 밖에 하지 못합니다.


여기에 추가로 진공관 앰프일 경우에는 몇 가지 점검해야 할 사항이 더 있습니다.
1) 하드 와이어링 방식 Vs. PCB 방식
하드 와이어링 방식은 기판 없이 굵은 선에 부품들을 땜질한 것이고, PCB 방식은 우리가 흔히 아는 '전기 기판'에 땜질한 방식입니다. 대부분 하드 와이어링 방식은 수작업으로 제작을 해야하고 PCB 방식보다 열에 강해 PCB 방식보다 좋다는 평을 받습니다. 아시다시피 진공관 앰프는 한 겨울에 작은 난로의 역할도 해줍니다. 그 엄청난 열은 PCB을 열화시킬 수 있기에 하드 와이어링 방식을 선호합니다.
2) 3극관 Vs. 5극관
몇 년 전, 일본에서는 3극관파 대 5극관파의 치열한 전투 끝에 3극관이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둘 다 장단점이 있고 어울리는 소리가 있으니 내가 어떤 음색을 좋아하는 지 각각 다른 진공관 앰프로 청음해 보시기 바랍니다. 역시 모두 아시겠지만 진공관 앰프는 전원을 넣고 10분 쯤 후에 들어야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단, 집에 아이가 있거나 아이같은 어른이 있으면 진공관 앰프는 비추입니다. 혹시라도 음악을 듣고 있는데 아이가 진공관 앰프 쪽으로 간다면 신경쓰여 제대로 음악 감상을 못할 것이고 만약에 혹시라도 그 쪽으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평생 씻을 수 없는 마음의 병을 가지고 살아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집니다. 며칠 후에 프리 앰프, 인티 앰프, 스피커, CDP, 턴테이블 고르는 법, 그리고 인터넷 장터 이용하는 법에 대해 올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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