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세계일보
얼마전에 오랜 친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야, 내 신랑 20억 들고 없어졌다." 늘상 기운이 넘치는 목소리로 전화를 하던 그 친구의 세상 다 산 것 같은 목소리와 20억이라는 소리에(20억이면 동그라미가... 2,000,000,000 동그라미가 아홉 개네요) 깜짝 놀랐었습니다. 저같은 사람은 평생 만져보지도, 아니 구경조차도 못해 볼 돈이죠. 걱정이 되서 몇 번 전화를 했지만 그 친구의 휴대폰은 계속 꺼져있었습니다. 그리고 20일 후, 다시 그 친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신랑 찾았어?" 라고 묻는 소리에 너무나도 덤덤하게 "응" 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돈은?" "주식했대" 자, 이제 그림이 그려집니다. 흔히 말하는 '안봐도 비디오' 인 상황인거죠. "얼마 남았대?" 라고 묻는 말에 그 친구의 대답이 압권이었습니다. "평생 똥닦을 휴지는 안사도 되겠다."
20억이면 연봉 5천만원인 사람이 40년 동안 단 한 푼도 안쓰고 모아야 모을 수 있는 돈입니다. 연봉을 5천만원씩 받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으며, 그 돈을 한 푼도 안쓸 수 있는 사람은 또 과연 몇이나 되겠으며, 무엇보다 40년 동안 회사에서 안짤리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습니까? 은행에 저금한다고 해도 요새 이율로는 저금이 간신히 손해보지 않는 장사이고 하다보니 땅투기나 집장사, 사채놀이, 일수 아줌마 등등을 하지 않는 한, 정상적인 월급쟁이 생활로는 모으는게 불가능해 보이는 20억이라는 거금이 단 며칠 사이에 '똥닦을 휴지'로 전락하는게 요즘 주식시장 입니다. 그 친구는 이혼소송 준비중이고, 그 친구의 신랑은 공금횡령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 매형은
소위 말하는 '증권맨' 입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우수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우수한 증권사에 입사해서 30대에 부장이 된 - 그렇기에 나와는 친해질 수 없는 -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 매형에게 예전 주식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들어 한 몫씩 잡을 때, 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
매형, 어디에 투자를 하면 좋을까요?"
지금도 가끔 신문 경제면에 주식시장 예측과 투자방법에 대해 글을 쓰는 매형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바로 이거였습니다.
"처남, 투자의 투 자가 무슨 자인지 아나? 바로 던질 투 자다. 다시 말해 생판 얼굴도 모르는 남에게 처남이 힘들게 번 돈을 집어 던진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그렇게 던진 돈이 더 커져서 돌아온다는 보장있나? 돈 자체는 정해져있는데 따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돈놓고 돈먹기하는 이런 판에서 따는 사람은 외국투자자같은 돈많고 자신이 '소스'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고, 잃는 사람은 그 '소스'를 따라가는 처남같은 개미들이다. 주식 살 돈 있으면 그 돈으로 차라리 술을 마시던가, 좋아하는 차로 차를 바꾸던가, 아니면 여행을 하던가 해라. 그리고
절대 주식투자 하지 마라. 그게 투자다."
이런 매형을 서방으로 둔 덕에 누이는 한 번도 주식을 사지 못했고, 누이네는 단 한 주도 주식이 없다고 합니다. 물론 단 한 번도 '소스 제공'이 없었다고 합니다. 자기 마누라에게도!!!
2008년 10월 24일. 불과 13개월 전에 2000을 넘겼던 코스피 지수는 1000선이, 코스닥은 300선이 붕괴되었습니다. 경제관련 뉴스를 보면서 문득 몇 년 전 매형의 말이 생각나는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