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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희 기자가 하지 못한 말

스뽀오츠 구락부 2008/10/22 20:10
부산 야구팬들의 '자이언츠'에 대한 사랑과 '롯데'에 대한 미움은 택시를 타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조 토레 감독은 양키즈 감독 시절 '내 몸에는 줄무늬 피가 흐른다'고 했고, 보스턴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팬웨이 파크를 자기 집처럼 생각하는 레드삭스 팬들처럼, 부산 사람들에게는 '롯데 자이언츠'의 유전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롯데 자이언츠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열받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을 올렸던 정영기 2군 감독이 전화 한 통으로 짤렸다는군요. 그리고 그 속사정을 박동희 기자가 기사화 했습니다. 하지만, 박동희 기자도 차마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것 같군요. 제가 박동희 기자의 글에 내용을 추가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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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롯데 자이언츠


1. 우승이 욕먹을 일이라니...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롯데 2군은 올해 2군 남부리그에서 2위 삼성에 무려 16.5 게임 차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성적이 '짤리는' 이유라는 데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먼저 박동희 기자의 말을 인용해 봅니다.

맞는 말이다. 대개 2군 감독은 리그 2, 3위를 가장 선호한다. 만약 2군 리그 우승이라도 하면 “누가 육성하랬지 우승하랬나”하는 비판에 시달려야하고 꼴찌를 하면 “도대체 한 게 뭐가 있냐”는 꾸지람을 듣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대로 롯데의 올 시즌 이전까지의 성적은 8888577 입니다. 희대의 프로야구팀이었던 삼미 슈퍼스타즈조차 청보 핀토스까지 기록을 이어간다고 하더라도 이루지 못한 성적입니다. 이런 팀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뭘까요? 타격? 수비? 주루플레이? 감독의 작전? 아닙니다. 이런 팀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바로 '승리에의 자신감' 입니다.

야구는 축구와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단체 종목입니다. 그리고 멘탈의 힘이 아주 중요한 종목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전혀 부족함이 없어도 유난히 슬럼프가 길어지거나 하다보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그러다보니 타격 시에 공이 잘 안맞고 하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 많이 보아왔습니다.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때문이죠. 가장 가까운 예로 PO 1차전에서의 최형우나 1~3차전에서의 김현수의 타격이 그랬죠. 하지만 두 선수 모두 결국 선감독과 달감독의 믿음에 보답을 하면서 PO 2차전과 4,5차전을 승리로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 롯데에는 '믿어주는 감독'도 없었고, 내가 지금 못치고 있더라도 누군가 해줄 것 같은 '믿을 수 있는 동료'도 없었습니다. 왜? 팀이 연패를 거듭하며 롯데라는 팀에는 '패배'의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깰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로 '승리' 입니다. 팀이 승리하는데 패배의식에 빠져있는 선수는 없기 때문이죠. 롯데의 2군 감독으로서 한창 자라나는 선수들에게 심어줘야 할 것은 바로 이 '승리에의 자신감' 이었고, 정영기 감독은 그것을 아주 잘 해냈습니다.

일각에서 얘기하는 정영기 감독의 문제점 - 선수 육성보다 팀 승리가 우선이다 - 역시 말이 안되는 이야기인게, 올 시즌 롯데 돌풍의 주역은 누가뭐래도 조성환, 이대호, 가르시아로 이어지는 중심타선 이겠지만, 그 중심타선에 밑받침이 되는 백업 선수들 역시 롯데 돌풍의 주역이었습니다. 한창 잘나가던 롯데가 정수근 선수의 폭행사건으로 찬바람이 쌩쌩 불었을 때 정수근의 빈자리를 '2군 출신'의 이인구 선수가 '어떻게 저런 선수가 2군에 있었지?' 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잘 메워줬습니다. 그 뿐이 아니죠. 올 시즌 롯데 마운드의 당당한 한 축이 되었던 조정훈을 비롯하여 김민성, 김이슬, 박종윤, 전준우 등등 2군 출신 선수들이 시즌 후반기에 스팀팩을 맞은듯한 활약덕에 올 시즌 롯데는 봄데에서 가을에도 야구하는 팀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리고 그 선수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수가 아니라 정영기 감독이 지도하던 롯데의 2군 출신 선수들입니다.

더구나 1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바란 건 육성보다는 즉시전력감의 공급이라고 밝혔듯이 1군 감독이 원하는 대로 2군을 지도해 왔는데, 이제서야 선수육성을 문제삼아 정영기 감독을 내치는 건 토사구팽의 모습으로 밖에 안보입니다.

2. 부산고가 아니라 마산상고야
박동희 기자는 자신이 쓴 글에서 친절하게도 1,2 군 코치들의 출신 고교를 표로 만들어 놨습니다. 여기에 뜬금없는 부산고등학교라니... 전 박동희 기자가 만든 표를 보면서 박동희 기자가 독자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부산고가 아니라 마산상고야'라고 외치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주형광 코치의 영입은 롯데의 입장으로선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아직 선수로도 뛸 수 있을 것 같은 주형광 코치가 아직 어린 나이에 은퇴를 하고 코치 연수를 떠난 것은 주형광 본인도 살고, 팀도 살 수 있는 올 시즌 롯데 최고의 윈윈 전략이었죠. 하지만 주형광 코치의 영입으로 부산고 파벌 운운은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1군 코치진을 보면 외국인인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아로요 투수코치를 제외하면 7명 중 3명이 마산상고 출신입니다. 롯데 자이언츠처럼 지역색이 강한 야구팀에서 자기 지역 출신 선수를 코치로 영입하는 것은 어떻게보면 오히려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롯데팬들이 분개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포털 사이트의 댓글을 읽어보니 박영태 1군 수석코치에 대한 문제제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공무원'이라는 소리도 들리고, '불사조 박영태'라는 댓글도 보이더군요. 경력을 살펴보니 한 팀에서 무려 15년간 코치로 일했더군요. 그리고 그가 수석코치로 일하는 동안 롯데 자이언츠는 8888577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정영기 2군 감독의 해임 이유가 선수 육성이라는 일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면, 1군 코치의 임무는 팀의 승리이고 박영태 수석코치는 팀의 승리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 듯 합니다. 그리고 김주찬, 박기혁, 이인구, 조성환, 이승화, 정보명, 박현승 등등 이대호를 제외하고는 타자 모두가 도루가 가능할 것 같은 선수들을 보유하고도(사실 자질만 놓고 보자면 두산보다는 롯데가 육상부라는 말이 훨씬 더 어울릴 듯 합니다) 1위 두산에 56개나 뒤지는 팀 도루와 잦은 주루사를 기록한 주루코치, 잦은 패스트볼과 사인을 주고받자 마자 자리 위치를 옮기며 상대팀 타자들에게 날아올 공의 코스를 알려주는 - 그래서 위기를 자초했던 강민호를 지도하는 배터리 코치, 84개로 SK, 히어로즈에 이어 실책 3위를 기록한 올 시즌 롯데의 수비를 조련했던 수비코치, 공교롭게도 롯데의 구멍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는 모두 마산상고 출신의 코치들이 있었습니다. 진정 팀을 재정비하려면 이런 코치들부터 정리를 해야된다는게 롯데 팬들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3. 그래서 데려온게 양상문 감독이야?
양상문 감독은 불과 3년 전까지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에도 선수 장악력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솔솔 들려왔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이대호 선수의 반발이나 이왕기 선수의 왁스 사건이 그러했었죠.

누구를 키운다는 건 따뜻하고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양상문 신임 2군 감독의 전례로 볼 때 별로 그런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군요. 좀 냉정히 말한다면, 양상문 감독은 여지껏 2군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모습인 덕장의 모습도, 그렇다고 팀을 잘 이끌어나가는 용장의 모습도, 팀의 승리를 불러오는 지장의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올 시즌 무너진 LG 마운드를 관리했던 양상문씨를 '선수 육성이 목적'인 2군 감독으로 데려오는 건, 아마 박명환 선수나 봉중근 선수가, 그리고 누구보다 LG팬들이 가장 좋아할 것 같습니다. 이제 내년 LG 마운드에 기대를 해 봐도 좋을 듯 하네요.


이렇게 팬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프런트가 있는 한, 롯데 자이언츠의 앞날은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차라리 롯데 자이언츠를 해체하고 부산 야구팬들이 모여 시민구단을 만드는게 나아 보이네요. 부산 자이언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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